라이프로그


여검사의 성추행 폭로, 그리고 찌라시들의 반응 정치, 사회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면 안되는 이유


독일 여성운동의 대모 알리스 슈바르처는 자신의 책 '아주 작은 차이'에서 다음과 같이 한탄했다. "백인 여자의 소망이 서구 사회에서 차별받는 유색인종 남자보다 오지의 원주민 여자의 소망과 더 닮아 있다." 여성에게 투표권이 부여된 것도 노예 해방보다 한참 더 늦었다는 역사적인 사실도 있다.

서지현 검사가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여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게 충격적인 것은 다른 곳도 아닌 법을 집행하는 사법부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권력 집단인 검사들 사이에서 조차 여성이라는 이유로 희롱의 대상이 되어도 별다른 문제의식없이 묻혀버렸다면, 갑질이 난무했던 때에 을의 위치에 있는 여성들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었을 것이다. 2차 피해가 뻔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성추행 사실을 용기있게 폭로한 서 검사에게 많은 격려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그 기사부터 일단 보자.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30264.html

"지난 29일 선배 검사의 성추행 사실을 7년여 만에 폭로한 서지현(사법연수원 33기) 검사에게 각계의 응원과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 31일 서 검사를 응원하는 꽃바구니 10여개가 그의 근무지인 창원지검 통영지청 안내데스크를 가득 메웠다. 한 인터넷 카페 소속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이뤄진 일이다."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사회적 모순을 바로 잡는데 너무 늦은 법은 없으니 지금이라도 공론화되어 그것을 뿌리뽑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은 대한민국 사회가 '공정한 세상'을 향해 느리게마나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안에 찌라시들의 훼방이 없을 리가 없다. 찌라시들이 어떻게 물타기를 하는지 하나씩 보자. 먼저 조선 찌라시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31/2018013100227.html

"현직 여검사가 검사장 출신 전직 법무부 간부에게 성추행과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고 폭로한 사건의 파문이 커지고 있다. 관련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나섰고, 법무부와 검찰은 진상을 조사하기로 했다."

제목을 '검찰 쑥대밭'으로 잡았다. 검찰 내에서 조차 성추행이 버젖이 저질러지고, 그게 또 덮여버리는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는 어디에도 없다. 권력에 빌붙어서 호의호식한 그동안의 버릇을 개 줄리가 없지. 조선 찌라시가 이러고 있는 동안 찌라시계의 양대 산맥 동아 찌라시는 또 가만 있을 리가 없다. 어찌 노는지 한번 보자.

http://news.donga.com/List/3/00/20180201/88458214/1

"서울중앙지검 정유미 공판3부 부장검사(46·사법연수원 30기)는 31일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후배 여성 검사님들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45·33기)의 성추행 피해 사건과 관련해 후배 여성 검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였다."
"정 부장검사는 “여전히 부당한 성적 괴롭힘은 암암리에 존재할 것”이라며 “다만 이 말씀은 드리고 싶다. 우리는 더 이상 조직 내의 성적 괴롭힘 문제에서 미개한 조직이 아니다.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가해자에 대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정 부장검사는 글 말미에 “그러나 피해를 당했으니 서울로 발령 내 달라, 대검 보내 달라, 법무부 보내 달라 등의 요구를 하신다면 도와드릴 수 없다”고 썼다."


찌라시들이 누군가의 글을 인용할 때는 그걸 조심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므로 기사에 나온 정유미 부장검사의 글도 전체 맥락을 파악하고 난 다음에야 글쓴이의 진짜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글쓴이의 의도를 기사가 제대로 반영했다고 가정하면 글쓴이도 그렇고, 그걸 인용하는 기자도 그렇고 대단히 악의적이다.

악덕 변호사들이 재판에서 이기기 위해 흔히 동원하는 수법이 증인의 신뢰성 흠집내기이다. 기사에 인용된 글의 말미에 했다는 말이 바로 그렇다. 마치 폭로를 하는 사람들이 반대 급부를 노리고 그렇게 한다는 듯한 냄새를 풍겨 놓는 것이다. 부당하게 좌천되었다면 복귀되는 것이 마땅하다.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일을 마치 피해자들이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듯이 표현해 놓고는 '그건 안된다'라고 선을 긋는다.

홍준표의 말을 빌리자면 찌라시들은 우리 사회의 암덩어리이다. 그것도 너무나 여러 차례 드러난 것이어서 전혀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그저 청산될 때를 고대하는 수 밖에. 찌라시들이 망하는 그날까지 경계심을 늦추지 않아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