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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기자회견의 품격 정치, 사회



싸움 도중 남자가 트렁크에서 꺼낸 것은?

문대통령이 아세안 순방 마지막 날 마닐라에서 거의 취소될 뻔 했던 기자회견을 했다. 기사를 보자.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bar/819064.html

"15일 오후 5시6분, 필리핀 마닐라 시내 젠 호텔 2층이 분주해졌다. 7박8일 일정으로 동남아를 순방한 문 대통령을 동행 취재하고 있는 기자들이 일하는 프레스룸이 있는 곳인데, 동남아 순방 기자단의 카톡방에 깜짝 알림이 떴다. ‘EAS(동아시아정상회의) 종료 뒤 대통령께서 기자실을 방문합니다’"
"결과는 알려진대로다. 문 대통령의 프레스센터 방문과 간담회는 전날부터 얘기가 오갔으니 ‘깜짝’은 아니되, 거의 취소되는 분위기였다는 점에서는 ‘깜짝’이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동남아 방문 성과를 설명한 뒤 “이상으로 간략하게 성과들 말씀드렸고, 국내문제 말고, 순방에 관해서라든지 외교 문제라면 제가 질문을 받겠습니다”로 마무리했다. 부산말 억양으로 “국내문제 말고”라는 대목에서 장내에 웃음이 터졌다."


상황은 단순하다. 청와대 측으로서는 아세안 순방을 결산하는 자리이니 만큼 의제를 외교 성과에 집중하고 싶었던 것이고, 기자들로서는 그게 국내든 국외든 지금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말을 듣고 싶었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 트럼프의 한국 방문 때, 양국 정상 기자회견에서 미국 국내 문제를 질문한 미국 기자가 생각난다. 그게 한국이건 어디건 간에 자국의 대통령을 물고 늘어질 수 있다는 미국 기자의 오만함이 느껴졌다. 한미 양국 정상이 그것도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미국 국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당사국에 대한 예의일까?

문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위의 것과 성질이 조금 다르긴 하다. 하지만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기자회견을 하되 현안에 집중해 주기를 희망하는 청와대 측의 희망도 크게 탓할 일은 아님도 분명하다. '국내 문제 빼고'라는 문대통령의 한마디에 기자들도 웃음으로 화답했다는 것은 그런 청와대 측의 희망 사항을 접수했다는 의미이다. 기사에서도 나왔다 시피 그 이후의 전개는 아세안 순방이라는 현안에 집중되면서도 기자들의 질문에 문대통령이 사전 조율없이 충실하게 답변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런 게 제대로 된 기자회견 아닌가? 기자들은 기자들대로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움직인다는 점을 제대로 보여주었고, 청와대 측도 최소한의 제약 조건을 내걸었고 그게 또 수용됨으로써, 두 집단 사이의 입장 차이로 인해 취소될 뻔한 기자회견이 재데로 이루어졌다.지금 우리는 상식이 통하고 재데로 된 나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문대통령을 통해 거듭 확인하고 있다. 아무렴, 이런 게 나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