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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경제학 - 토드 부크홀츠 독서



유시민이 경제학 저술가로 활동할 때 한 이야기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경제학과는 인문계라서 수학을 못해도 될 줄 알았는데 막상 대학에 가 보니 이공계 못지 않게 수학을 잘 해야 하더라." 경제학이 출발점은 시장의 관찰이었지만 중간에 수학적 모델을 구축하는데 몰두하느라 경제학에 내재된 모순을 깨닫지 못하여 경제학이 경제 현상을 설명하지 못하는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그래도 영향력은 여전하다. 왜냐하면 국가든 사회든 가정이든 경제 계획은 필수이고, 그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불완전하다 하더라도 경제학 모델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행동경제학이 본격적으로 등장하여 주류 경제학의 오류를 분명하게 지적하기 전에도 경제학 내부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활동이 꾸준하게 있었다. 그것을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평이한 서술로 설명한 것이 바로 다음에 요약할 책이다.



이 책의 원 제목은 'From here to economics('여기'에서 '경제학'으로)'이다. '여기'는 경제학이 어렵고 따분하다고 인식되는 현재의 위치를 말한다. 그리고 경제학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겠다는 것이 저자의 의도이다. 그래서 번역 제목을 '유쾌한'이라고 붙였겠지만 책의 내용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는 점에서 제목이 좀 선정적이다. 아무튼 저자는 주류 경제학이 딱딱했음을 지적한다.
"토머스 칼라일(Thomas Carlyle: 영국의 역사가, 수필가)은 1800년대에 이미 경제학자들을 '우울한 과학자들(dismal scientists)'이라 불렀다. 이러한 유형의 모욕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현대의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모욕을 받을 만하다. 분명히 그들은 사물의 한 측면 만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제학이 우울한 과학이 된 이유를 설명한다.
"생물학자와 달리 경제학자는 통제된 환경에서 실험을 할 수 없다. 따라서 경제적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수학적 모델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경제학의 대가들은 스스로를 강건한 과학자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교육자들에 대해서는 기껏해야 절름발이로 묘사한다. 사실 경제학의 입장에서 볼 때 교육 시스템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절름발이다."


그러나 저자는 경제학을 설명하면서 수학을 전혀 동원하지 않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주류 경제학의 문제는 많다. 다음에 요약한 내용은 주류 경제학에서 풀지 못했던 것들의 일부를 보여준다.
"우리는 영원한 호황도, 무한한 침체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런 현상이 불가능하다고 증명할 수도 없다. 마치 아직까지 영생한 사람이 없지만 의사는 사람이 영원히 살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할 수 없는 이치와 마찬가지다."
"현직 정치가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흔히 발표된 낮은 실업률에 코웃음을 치며 낙심한 노동자들(discouraged workers)도 실업률 산정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문제는 낙심한 사람들과 일하기 싫어서 노는 사람들을 구분할 도리가 없다는 점이다."
"물론이다. 경제학 이론들은 때때로 단순한 것을 심오하게 만들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위대한 경제학자인 하이에크(Friedrich von Hayek)는 사람들이 모든 사실을 다 알지 못해도 과감히 행동해 나갈 수 있을 때 문명이 발전한다고 주장했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시장에서는 관련 정보를 모두 다 끌어모으는 불가능한 작업을 하지 않고도 사람들이 의사 결정을 내리고 행동을 할 수 있다. 어떻게 가능할까? …… 하이에크의 이 '무지해도 된다는 주장(ignorance argument)'은 정부가 경제에 개입해야 한다는 논리에 대한 정면 공격이다."
"물론 자유 시장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생산자들이 담합하여 소비자의 돈을 빼앗는 경우가 있다. 노벨상 수상자인 내시(John Nash)같은 '게임 이론가들(game theorists)'이 우리에게 알려 준 것처럼 때때로 생산자들끼리 경쟁을 제한하기도 한다. 마치 사자들이 한 우리를 공유하는 것처럼 생산자들은 서로에 대한 공격을 자제한다. 그러나 정부의 개입은 종종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경제 교과서에서는 잘 알려진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소비재 상품들의 경우 거의 무적이며 난폭하게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고 가르쳐 왔다. 그러나 그 기록은 허점 투성이다."
"그러나 한 사회의 경제적 발전은 경제학자들이 늘상 강조하는 기계나 토지 따위에 못지않게 교육에도 의존하고 있음을 경험적 연구들은 보여 주고 있다. 국가 역시 교육 시스템의 발전이 없다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경제학자들은 환경 문제를 다루면서 '공익'과 '사익'의 균형 이라는 문제에 부딪친다."
"경제학자들은 우리에게 불확실성 uncertainty)을 깨뜨리는 쉬운 방법은 없다고 가르친다. 완고한 옛 본위제를 이용하든, 아니면 고정환율을 이용하든 그 결과는 마찬가지다. 불확실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가 몇 가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해도 어차피 우리는 각본을 알 수 없는 드라마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통화 정책, 재정 정책, 부채 문제, 인플레이션 문제, 미시경제학, 독점 문제, 마케팅 이론, 환경에서의 외부 효과 등을 잘 설명한다. 그렇다고 쉽다는 뜻은 아니다.

경제학자들 중 돈을 많이 번 사람은 리카도와 케인즈 두 사람뿐이라고 한다. 돈의 흐름을 추적하는 경제학자들 중 돈을 많이 번 사람이 없다는 것은 주류 경제학의 아이러니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도 주류 경제학에서 금융을 잘 다루지 않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대부분의 경제학 교과서들을 보면 투자와 금융 시장에 대한 주제가 항상 빠져 있다.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첫째, 교수들이 자신들의 약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예를 들어 더 많은 경제학자들이 주식 시장을 연구할수록 그들 자신들을 포함하여 어느 누구도 시장에서 궁극적으로 승리할 수 없다는 회의적 경향이 더 많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효율적 시장 가설을 요약하면, 주식 시장은 공개된 모든 정보가 끊임없이 주식의 가격에 반영되어 아주 빠르게, 심지어 빛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변화한다는 가설이다."
"따라서 효율적 시장 가설의 옹호자들은 제아무리 잘난 사람들도 시장 평균 수익률 이상을 올릴 수 없다는 그들의 주장을 완강히 고수하고 있다. '어떤 주식을 선택할까'를 놓고 신중히 검토하는 일은 분명히 쓸데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주식 시장의 연구와 분석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환락가의 밴드 연주자들이나 마찬가지다. 항상 화끈한(?) 장면 주변에서 연주를 하고 있지만 정작 그 화끈함을 맛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글을 마무리한다.
"일찍이 슘페터(Joseph Schumpeter)는 기업가들의 의욕이야말로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가르쳤다. 기업가들은 혁신하고 창조하고자 하는, 특별하면서도 '심리적인 의욕'에 휩싸여 현재의 상태를 뒤흔들어 놓는다. …… 마찬가지로 케인스는 이른바 '동물적 활력(animal spirits)'이 자본주의에 동력을 부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물적 활력이란 투자가들을 자극하여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도록 만드는 적극적인 힘이라고 케인스는 생각했다.
  이 모든 신비스런 힘들은 정상적인 경제학자들의 이론으로는 분석되기가 힘들다. 그러나 우리는 이 힘들이 기본적으로 자유로운 환경에서 크게 번성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 책이 출판된 1990년대에는 행동경제학이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저자는 주류 경제학의 문제점은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으나, 경제 현상의 설명은 주류 경제학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주류 경제학의 문제를 시장의 관찰을 통해 드러냈다는 점에서 행동경제학으로 가는 길을 닦는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경제현상을 매끄러운 문장을 잘 설명하고 있어서 한번 읽어볼 가치는 충분하다. 그래서 독서 추천은 '일독을 권함'으로 한다.